손님 by yoojaepil

서점을 구경하던 손님이 다가와 대뜸 내게 물었다.

“본인 건물이에요?

“네..? 아니요.”

 “세 내는 거에요?”

“아,, 네”

“세는 낼만해요?”

“아,, 네,,,”

서점 일을 시작하고 좀처럼 적응 안되는 것들이 있다. 서점 일을 시작하고 얼마 안 되었을 때는, 위와 같은 질문을 (대뜸) 물어보는 손님을 만나도 ‘ 아, 이런 사람도 있구나’했는데, 시간이 꽤 지나고 느끼는 건 ‘아 이런 사람이 꽤 많구나’이다. 언제봤다고 타인의 내밀한 부분을 이렇게 쑤셔대다니. 어느날 불현듯 “저 실례지만 지금 입고 있는 속옷이 유니클로인가요?, 트라이인가요?’하는 질문을 해대는 인간을 본다고 해도 별 놀랍지 않을 것 같다. 월세 내는 일이야 껌이라면 나도 아무렇지 않게 말해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자신이 생각해도 월세 내는 일이 어려워 보여서 ‘세는 낼만한가’하고 물어보는 거 아닌가. 왜 이렇게 남의 어렵고 아픈 지점을 생각없이 문질러댈까. 이것도 손님으로서 서점을 찾은 본인이 누려야 할 서비스라고 생각해서 그런 건가. 그게 아니라면 그저 책방 주인한테 관심으로 다가가기 위한 건넨 한 마디였을까. 그런데 본인도 머리속에 많은 호기심 중 하필 하지 말았어야 할 질문을 실수로 내뱉고 ‘아뿔싸’했을까.

여자 친구와 왔던 오늘 남자 손님은 서점을 한 참을 둘러본 것도 좋았고, 김일두 앨범을 가지고 이거 들려줄 수 있느냐 하면서 관심가지는 것도 좋았는데, ‘세는 낼만해요?’하고 묻는 순간 딱 별로이더니, 마지막에 결국  ‘음, 딱히 살만한 게 없네’라는 말을 내뱉고, 꺼졌다.


창 밖의 고딩 by yoojaepil

서점을 오픈한 지 반년쯤 되었을 때인가. 창 밖에 여고생 몇 명이 이 근처 골목길을 오랜만에 지나가는 건지, 여기 서점이 생긴 것을 보며 놀라는 소리가 시끄러웠다. 고개를 돌려 창 밖을 쳐다보니 여고딩 세 명이 놀란 표정으로 떠들어대며 마치 우리 속 원숭이를 보듯 날 쳐다보고 있었다.

“헐!! 대박!!!! 여기에 서점이 생겼어!!” 

“우와, 여기서 서점을 하다니! 미친 거 아냐”

 “미쳤나봐”

“제 정신 아니가봐”

그리고 뭐가 그렇게 신나는지 놀라면서도 아주 깔깔 거리는데, 무자비하게도 나와 눈을 마주치면서도 그 웃음은 멈출 줄 몰랐다. 뭐가 그렇게 웃길까. 뭐가 그렇게 미친 일일까. 여기 서점이 생겼으면  구경이라도 할 겸 들어와 볼 것이지. 아무래도 여기다 서점을 내는 인간은 분명 미친놈일 거라 생각해서, 들어와보지도 않는 건가.

빨리 돈이 모이는대로 방음이 되는 유리창으로 교체하고 싶었다.


지랄 by yoojaepil

엊그제 영화 <당신의 부탁>을 보던 중 두 친구가 '지랄'이 욕이다, 욕이 아니다 로 실랑이를 하는 걸 봤다. 

그래. 지랄은 욕인가, 욕이 아닌가


인연 by yoojaepil

어제는 3.1절이라서 인스타그램에, 페이스북에 유난히 그런 카드 뉴스들이 많이 흩날렸다. 그런 거 있잖아. 김구 선생님, 안중근 의사 같은 위인 사진 위에 그들이 남긴 명언 얹혀서 국경일을 맞아 뽑아낸 기사들. 그렇게 핸드폰을 만지다가 우연히 김구가 남겼던 말이 눈에 들어왔는데 기억나는대로 적어보면 ‘지옥을 만드는 일은 간단하다. 자신의 주변 사람들을 미워하면 된다'  

내가 살고 있는 이 지옥이 순전히 나로부터 시작한다는 그 말을 순순히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인정할 건 해야 할 것 같다. 나는 사람을 쉽게 좋아하지 않고, 미워하는 쪽이 더 많으니깐 말이다.

그래도 서점을 시작하고 좋은 건 ‘이런 지옥에서 사는 거 힘들지?’ 하며 마치 누군가가 내게 위로삼아 보내준 것처럼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알아가게 되는 점이다. 소보가 그렇고, 브로드컬리 조퇴계 대표님과 인연을 맺을 수 있어 너무 감사하다.

서점 일을 쉽게 포기하지 못하게 하는 점들이다.


악플 by yoojaepil

엊그제 우연히 내 책을 읽은 어떤 사람이 자신의 블로그에다 적은 악플을 보았다. 누군지도 모르는 그 사람을 죽이고 싶은 기분과, 아니며 내가 완전히 사라져주고 싶은 두 개의 기분 속을 왔다 갔다하며 며칠 동안 지쳐갔다. 

나는 그렇게 극단적이고 피곤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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